아버지 눈물/산사랑
초가삼간 앞마당이 있고 건너편 행랑채가 있는 우리 집
바깥마당 앞으로 실 도랑에
옛 추억이 흐른다
지금은 복개공사 아스팔트 길이지만
이따금 한여름 소낙비 쏟아지면 어레미 들고
고기 잡는 어부 되고
바깥마당 대문 앞에 미루나무 한그루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한더위를 쫒는 대문이 유일한 쉼터이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매미소리는
귀에 익숙한 그 옛날에 전형적인 시골마을
여느 때나 마찬가지 아버지는 삼복더위를 피하기 위해
광목 적삼에
잠뱅이 차림 흙먼지와 풀물이 여기저기 배인 옷차림으로
대문간에서 멍석 깔고 더위를 식히느라 누워계시다
단잠에 빠진다
그 옆에 놓인 찢어진 신발
바늘 실로 꿰매진 다 낡은 흰 고무신이
우리 집 형편을 말해주는 듯
이때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스케키 장사에 목청이 들려온다
아이스케키 얼음과자~~
자전거 위에 실린 나무 상자
그늘 아래 버텨놓고 목청 돋운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한더위에 얼음과자 아저씨는 점점 가까워오는데
그 얼마나 먹고 싶던 얼음과자인가
아버지가 단잠에 빠진 틈을 타
양손에 신발을 움켜쥐고 달음 밖질한다
아저씨 앞으로 신발을 내밀었고
내게 얼음과자 하나가 손에 쥐어졌다
어디 요즘애들 그 맛을 알리요
얼음에 색소와 사카린 타서물얼군것
그래도 한 여름에 그 시원함은 어린 마음 달래기에 충분하였다
개구쟁이 동무들이 달려온다
네가 빨고 내가 빨고 순식간에 빈 꼬챙이
아쉬움에 자꾸 빨다 해질 녘 집으로 향한다
아버지 신발 훔쳐 아이스케키라니 혼날 생각 하니
눈앞이 보이질 않는다
주위 상황 살피며 집으로 들어서니
아버지 신발 실종 난리다
내 눈 치보 더니
다그친다 이내 울음소리가 터지고 아버지에 불호령
어머니에 회초리가 종아리엔 빨간 줄이 얽히고설킨다
잘못했단 말 안 하니 더더욱 회초리가 가혹하리만큼 때리는 엄마
울다 지쳐 얼마간에 잠이 들었나 보다
눈떠보니 어느 결에 아버지 품에 안겨
날 바라보는 아버지 눈에는 팥죽 같은
눈물 한 방울이 내 얼굴로 떨어진다
아버지잘못했어요
한마디 말없이 꼭 안아주던 아버지
내일 얼음과자 사주마
아버지는 내게 있어 선 너무 엄한 분이셨다
말 한마디가 내 가슴을 움츠리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식사랑과 너무 먼 아버지
그것은 내가 어릴 적 살아온 아버지상이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에 눈물을 그때 처음 봤다
그때는 왜 아버지 눈물을 알지 못했을까
아버지 불효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