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북새
오빠 생각 이 글은
일제강점기 1925년 12살 소녀(최순애)에 의해
쓰인 글이라 합니다
오빠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오빠는 문인에 운동가로
일제 주요 감시대상 인물로
늘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
오빠를 그리워하며 무사하기만을
마음 담은 노래
어릴 적 나는 엄마가 논매는 아버지
새참으로 내손에 들려준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아버지가 일하시는
들길을 걷곤 했죠
가는 길엔 멀리서 가까이에서
무척이나 정 겹게
귀에 익은 소리
짙푸른 무논에서 뜸뜸 뜸 울음소리 맞춰
오빠 생각 이 노래를 불렀다
주전자 꼭지 대고 한 모금씩 마셔가며
볼그레한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시는
아버지 일하시는 논 배 미에다 다른다
흙과 풀물로 얼룩진 잠뱅이 차림이 작업복이다
술주전자 나무 그늘 쉼터에 건네 놓고
들킬세라 논배미를 벗어난다
흥얼흥얼 콧노래로
이노래를 부르며 논배미 이곳저곳 헤치며
뜸부기 잡는다 올무 놓다
해 질 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진초록 출렁이는 논배미에
긴 목 빼고 고즈넉이 서 있는 왜가리
너도 그립다
논고랑에 묻힌 뜸부기 울음소리가
이제는 농약이란 공 해로인 해
뜸부기 모습은 사라지고
삭막한 세상에서 이 보배로운 숨결이
그리움으로 응어리져 가슴을 떠나지 못하고
달구지 소리와 화음을 이루어
걸어온 발자국을 따라다니다
지금은 가슴에 둥지를 틀고 잠들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