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글

뜸북새

마금봉 2018. 12. 27. 13:16











  
        뜸북새 
  오빠 생각 이 글은 
  일제강점기 1925년 12살 소녀(최순애)에 의해 
  쓰인 글이라 합니다 
  오빠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오빠는 문인에 운동가로 
  일제 주요 감시대상 인물로 
  늘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 
  오빠를 그리워하며 무사하기만을 
  마음 담은 노래 
  어릴 적 나는 엄마가 논매는 아버지 
  새참으로 내손에 들려준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아버지가 일하시는 
  들길을 걷곤 했죠 
  가는 길엔 멀리서 가까이에서 
  무척이나 정 겹게 
  귀에 익은 소리
  짙푸른 무논에서 뜸뜸 뜸 울음소리 맞춰 
  오빠 생각 이 노래를 불렀다 
  주전자 꼭지 대고 한 모금씩 마셔가며 
  볼그레한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시는 
  아버지 일하시는 논 배 미에다 다른다
  흙과 풀물로 얼룩진 잠뱅이 차림이 작업복이다 
  술주전자 나무 그늘 쉼터에 건네 놓고 
  들킬세라 논배미를 벗어난다 
  흥얼흥얼 콧노래로 
  이노래를 부르며 논배미 이곳저곳 헤치며 
  뜸부기 잡는다 올무 놓다 
  해 질 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진초록 출렁이는 논배미에 
  긴 목 빼고 고즈넉이 서 있는 왜가리 
  너도 그립다 
  논고랑에 묻힌 뜸부기 울음소리가 
  이제는 농약이란 공 해로인 해 
  뜸부기 모습은 사라지고 
  삭막한 세상에서 이 보배로운 숨결이 
  그리움으로 응어리져 가슴을 떠나지 못하고 
  달구지 소리와 화음을 이루어 
  걸어온 발자국을 따라다니다 
  지금은 가슴에 둥지를 틀고 잠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