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산사랑
바깥마당 앞 논에는
짙푸른 벼가 넘실대고
대문 앞 실도랑 물소리
끌어안고 미소 짓는 미루나무를
여름 바람 이 잎새를 흔들며
심통을 부린다
잠뱅이 차림에 검 게그 을린 얼굴에
우리 아버지
행랑채 대문간 멍석 깔고
한낮 더위 식히는 모습을
심통이는 봇물 터지듯 대문 안으로 들어와
맏바람으로 흐르는 땀을 훔쳐간다
아버진
매미소리 들으며
한더위 피서를 대문간에서
솔솔이 바람 심술 이를 안고서
찌든 피곤함을 잊는다
심신에 신선한 친구로
그해 여름을 어린 손주처럼
보고 싶어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