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산사랑
긴장마 뽀얗던 흙내음이
질퍽질퍽 건수 터진 지 오래
모든 작물이 그렇듯 몸 추스를
여유가 있어야 견딜 만 한데
복숭아는 더욱이 가뭄에 햇살 먹고
무럭무럭 탐스러워 달달한 맛
사랑인데
과다 수분 스트레스
여기저기 뚝뚝 소리
괴로움 호소하듯
낙수물 떨어지는 애간장
농부에 눈물이 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에 겨운 풋내기 설익은 낙과되어
바닥에 나뒹굴고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 뚫고
하나라도 건져 볼까 그 몸매 보듬으니
소비자는 외면한 지 이미 오래되었네
나이 먹어 모양새 갖춘 연분홍 둔부
정녕 매력 없는 허울 좋은
님되어버렸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