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금봉 2022. 1. 14. 16:47

배추/ 산사랑


차일피일 김장철을 놓치고
벌써 장독대에 소복이 눈이 쌓이고
한겨울 느낌이 든다
서둘러 찾은 배추밭
뽑아다 김장 하라던
무농약에 도전한 귀농부부 옥이네

프로급 농부도 꺼리는농법을
이웃과 나눠 먹기도 하고
남들 보다 한시세 더 받겠다고
가물면 물 끌어다 물 대고
어느 날은 벌레 잡는다고

두 내외가 온 밭을 헤메며
등에 소금쩍이 배이도록
땀을 흘리더니 가을 장마 오래되니
여기저기 썩어지는 무름병이 생겼다

그렇게 키운 배추는 이미 상품가치 잃은
누가 거들떠 보지 않는
배추밭이 되고 말았다

썩은 배추는 냄새가풍기고
그나마 남은 것은 알이 미숙한 누렇게
처진 이파리 사이마다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핏기잃은 만추에 낙엽처럼 축축처진다

뽑아다 김장하라고 하던 옥이네! 부부
전화하니 외출 중이니 알아서 뽑아가란다
커다란 밭 한 뙈기
배추밭을 바라보는 이내 맘도
속마음이 썩어가는데
매일같이 바라보는 주인이야 오죽할까

그나마 남은 배추 겨울과 함께 밭에서 썩어지겠지
그래도 내년에는 하면서
농사 미련을
못 버릴 거야 한해 속고 두 해 속고
그것이 농부에 마음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