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산사랑
밤새 문지방에서 투정하던 날씨가
아침부터 함박눈으로 변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내다보며
여보 눈이 엄청 쏟아지네요
주섬주섬 챙겨입고
밖에나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손주 옷매무새 입니다
하늘 한번 쳐다보며
금년에는 풍년 들겠네
마당쓸며 혼잣말로 내밷는
시시콜콜한 입에
나보다 따뜻한 커피 한잔 더
챙겨주고 싶습니다
청춘이 긴 가시밭을 헤치며
달려온 얼룩진
여정에 흔적인가
지지고 볶아대며
살아온 거미줄에 얽힌
끈끈한 정 때문인가
커피잔에 스미는 애잔함이
깊은 골짜기를 따라 흐르다
허리춤에 묶어 놓은
황혼에 보따리 비집고
질곡 속에 돋아 난 잎새에
한송이 꽃이 아름다운 향기로
아쉬운 발길을 재촉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