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에 겨울소리 없이 내린 눈이 장독 위에소복이 쌓인 그해 겨울 엄마는꼭두새벽 슬며시 일어나 어두운 방에서도옷을 잘도 찾아 입으신다부엌으로 살금살금화음 소리 맞추어아버지에 헛기침소리는귀에 익은 선율처럼내 곁을 맴돌다이내 깊은 잠에 빠져 든다가끔씩 문풍지를 흔드는 바람소리가잠자는 내 코 잔등을 시리게 한다멀리서 들리는 듯 부엌에조심스러운 도마 위에 칼질하는 소리아궁이 불빛 따라귓속말은소곤소곤 오가는 정담이비밀스럽다청소라지 군불 속에 아랫목은후끈 달고 덮던 이불은 발에 차인다가녀린 몸매에 어울리 않는커다란 앞치마에물 묻은 손 닦으시며아침밥상 차리시는당신이란 둥지 속에 한알에씨앗이웃음꽃으로 피어난다눈이 참많이도 내렸네아버지에 타령 같은 입을 흘리며눈 치우는 소리어느새 엄마는 내 옆에 누워토닥토닥 내 얼굴을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