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보릿고개/산사랑
실겅 광 주리 모시보에
엊혀있는 아이 삶은 보리밥
엄마는 땟물 흐르는 사발에
서너 숟갈 퍼넣고
물 말아 드신 후
고무줄도 끊어진 낡은 몸빼바지
광목천 찢어다 허리춤 동여매고
흰 수건 머리 두른 여윈모습
호미들고 콩 밭으로 나가신다
콩밭 긴고랑 뙤약볕 아래
한숨소리 배어나고
굽어진 허리 더 굽어져
호미질에소금쩍이
허옇게 등에 배던 어머니
서산 해 질 녘 끼니 걱정 태산일진대
검게그 을린 실겅에 놓인
퉁퉁부른 보리밥 솥 밑에 깔고
하얀 쌀 한 줌 얹어 밥 지을 때
보리짚 타닥타닥 불지피는
매캐한 연기에
눈물 훔치며
주린 배 움켜쥐고
아궁이에 쪼그려 앉아
부지깽이 다타도록
상념에 젖어 넋을 놓고
깜박깜박 졸던 우리 어머니에
보릿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