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글

초가삼간

마금봉 2022. 1. 26. 10:16



초가삼간/산사랑

내 살던 옛집은 초가삼간
한겨울 눈녹이는 짧은햇쌀에
누런 지지렁물은
골진 지붕 타고 처마 끝으로
게워내던 그속에서
도란도란 옛 모습
밥 내음이 맛깔나게
새어 나온다

활짝 열린 대문 발소리
이웃에 안부는
행복이 들어오는 청량제처럼
반갑다
가끔 뒷산에 올라서서
바라본 초가삼간
부엌 궁둥이에서
청소라지 잡아먹고 내뱉는 연기는
구름처럼 하늘 높이 오르다 흩어지고
어떻게 저곳에서 여러 남매가
건강하게 살뜰히 도
자랐을까

티격태격 울고 웃던
늘 그러려니 하루 일상
가슴에 응어리는
그리움을 잉태하며 시린 하늘 구름 되어
간곳없어졌지만

을씨년스러운 그 으름 속
가마솥 누룽지에 고소함이
참새 새끼 주둥이를 달래주던
주름진 얼굴에 야윈 엄마 모습
굴뚝에 연기처럼
산허리 휘감는 치마폭에
둥지만 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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