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과오늘 농촌/산사랑 눈이 시리도록 맑고 쾌청한 하루
뜰앞 텃밭은 장달이가 봄바람에 하늘거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산꿩에 울음소리 앞 냇가엔 물소리 졸졸졸 버들가지 뽀얀 얼굴 은 새내기 봄을 알리던 우리 마을 옛 농촌 풍경이다 아버지는 이른 새벽 쟁기 지고 소몰고 논밭으로 향한다 아이 벌 이듬 벌 써레질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3벌 갈이까지 거쳐야 했다 지금이야 이앙기 트랙터로 농작업 이유리 알처럼 깨끗하게 정지되지만 옛날 어린 시절 아버님에 모내기는 몸으로 때워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가끔은 무서리와 살얼음 이 어는 절기에 바지걷고 맨발로 가래질을 하고(곡우) 못자리를 하기 위해 논바닥에 채워진 무논에 방금 겨울잠에서 깨어 난 개구리들이 짝을 찾기 위해 개굴개굴 울음소리 요란도 했지 초록으로 물든 못자리가 아침에 스 산한 바람으로 푸른 잎을 훔쳐보며 지나간다 보리밭은 아직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모내기 오심 기는 망종 전후 하지가 되면 보리는 베어내야 이모작인 모내기를 할 수 있다 지금이야 하지 절기면 짙푸른 논 뱀이지만 옛날 모심기는 중심기 이때 심으면 이화명충 피해를 막을 수 있었기 아버지는 하지 절기에 모내기를 하셨다 아버지는 절기를 따져 모내기 준비에 첨 버덩 첨 버덩 무논에 소발자국 소리 써레가 지나가자 어느새 백로 한 마리 가 고기 잡으려 기웃기웃 목을 길게 뻗어 흙탕물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고즈넉한 고향에 봄은 이른 새벽 언제나 자욱한 안개가 마을과 앞산을 두리우고 산과 들 뒷산 뻐꾸기. 산꿩에 울음소리는 내 귀에 낯익었던 고향에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논둑엔 눈에 익은 씀바귀 쑥 냉이들이 언니들을 유혹하고 이맘때 들길에는 뱀딸기가 소담스레 푸른 잎새 사이로 빨간 모습 드러내며 새콤달콤 입맛을 돋워준다 아버지는 농사일을 천직으로 평생을 살아오셨다 요즘에 들어 들녘을 바라보면서 옛날과 오늘에 걱정이 교차한다 벼 한 톨이 아까워 이삭 줍던 어제 이제는 쌀이 남아도는 오늘을 보며 허리 굽은 한 농부 에옹이진 손마디가 한세대에 증인으로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황혼에 노을 속 주름진 골짜기에 질곡 같은 삶이 배어 나온다 그삶이 땅속 깊숙이 지하수처럼 스며들고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잊혀가고 있다 하지만 땅속에서 요동치는 옛적 아버님에 목소리 논두렁에 앉아 어제와 오늘이 변해버린 모습을 담배연기 속에 길게 내뱉는다 언젠가는지하수로뿜어올려 진정한 삶을 깨닫게 해 행복에 갈증을 풀어 줄거라고 하늘 엔 몽 실구름 이 한서림을 달래듯 내마음을감싸안는 다 진추하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