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똥구녕이 찢어진다
검 게그 을린 부엌 천장에서
내려보는 을씨년스러운 그을음
하늘거리는 거미줄이
채 일치고 있다
부엌 아궁이가 겨우내 청소라지
먹어 치운 잔재다
양지 처마 끝에 매달린
씨오쟁이 속에 꿈틀대는 씨알 이한웅 큼
엄동설한 추위 앞에
이리저리 춤을 추다
씨알이 가 봄볕에 길게 기지개를 켠다
부엌 설겅위에
아이 삶은 퉁퉁 부른 보리밥 이
가마솥을 쳐다보며
주린배 움켜쥐며고
내뱉는 한마디
그래도 봄이 되면
식욕 돋우는 푸성귀가 있어
배부른 봄이었지!
출처 : 산사랑
편집 :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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