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억새/산사랑 임오산 정상에 외로운 억새 늘 흔들리며 살아왔다 모진 바람 앞에 고개 숙이며 이 눈치 저 눈치 변덕이 팥죽 끓듯 이랫다 저랬다 종잡을 수 없는 세월 구석구석 얻어맞아 피멍으로 몸 추스르며 살아왔다 때론 고라니 보금자리가 되기도 했다 그들에 화장실이기도 했다 온힘다해버티기를 어디 한두 번이었으랴 그리도 모진 삶 덧없는 구름 같은 것 바람 잠든 발등 아래 풀벌레 울음소리 달빛훤히내려보며 삶이란 다그런거라며 이제 것 잘 참아 왔다며 반짝이며 미소짓네 삯풍에 언덕에서 눈비 맞아 하얗게 변해 버린 머리 위에 홀씨 이제는 마음놓고 이산 저산 하얗게 뿌려놓으련다 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