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송아지코뚜레

마금봉 2021. 2. 21. 08:23

 

 

 

 

 

 

 

 

 

 

 

 

 

 

 

 

 

 

 

 

 

 

 

 

 

 



송아지/산사랑
60년대 장호원에도 우시장 있었다
아버지는 이른 새벽 비포장 도로를
따라 잰 거름으로 돌팍재 고개를 넘어
장날 새벽 소를 사러
우시장을 찾는다
그곳엔 매매인과  중계인 이 끼어들어
적정 가격을 흥정에 붙인다
큰 소 살 돈은 없다 보니
젖 뗀 송아지에 눈길이 간다
송아지를 사 오면
겨우내 열심히 소죽을 끓여먹이고 겨울이 나고
봄이 되면 번들 번들
제법 앳된  숫 처녀티가 난다
이쯤이면
개망난이처럼 코 가세 어진다
이때 코를 뚫어 성인식을 올려야 한다
코를 뚫을 때는 덧나지 말라고
대추나무 송곳을 만들어 소금과 참기름을 
바른다
그리고 코구녕 제일 얇은 부위를
순간적으로 뚫어
노가지 나무로 미리 준비해둔  둥그런 타원형에
코뚜레로 끼워 넣는다
코에는 며칠간 피 가흐르고 아파하다
얼마 안가 굳은살이 박히고
제법 소에 티를 낸다
이젠 일을 가리키려
멍에를 씌워 무거운 흙 망태를 만들어
고사태를 돌기를 거듭하며 밭으로 나가 일을 시킨다
일소로 훈련시킨 다음 웃돈을 받고
시장에 내다 팔아 살림에 보탬한다
아버지는 코를 뚫지 않은 소를 황동 구리라 했다(개망나니)
코가 세어 다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코를 뚫으면  고삐에 연결되어
잡아당겨 대니 아픔에 겨워
시키는 대로 순종한다
지금에 나는 어떤가
아직도 코를 뚫지 않은 망나니
내 고집대로 내 생각대로 하다 일을 망치기 일수
세상살이 힘들어질 때 코 뚫은 송아지가 생각난다
선혈이 낭자하여 아파하던 모습이
아픈 인고를 겪어야 비로소
진정한 일소로 변하는 것을
왜 아직도 나는  성년 에코를 뚫지 못한 채
망난이 세상을 걷고 있는 걸까
지금도 아버지가 코 뚫은 송아지가
피를 흘리며 끙끙거리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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