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산사랑
우수(雨水) 가지난 엊그제
눈이 내렸습니다
아직 복숭아 전지를 못하고
차일 마루다
오늘은 과수원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찬바람이 볼때기를 할퀴듯
지나갑니다
그래도
바닥에는 벌써
파릇한 꽃다지가 돋아나고
눈 속에서 파릇한 미소로 반깁니다
이제 머잖아 꽃을 피우고
냉이. 쑥. 이 아지랑이 보쌈하여
풋풋함을 온 과원에
뿌려 놓을 것입니다
기승스러운
흰 눈은 이내 우수에 쫓겨 촉촉이
눈물처럼 바닥으로 스미며
봄을 더더욱 재촉합니다
잔뜩 움츠렸던 냉동에 시간들
깊은 잠을 깨우던 봄바람에
흙속에서 희미하게
소리 지르며 웃고 있는
아이 적 미소가 들썩들썩
밑바닥에 봄내음으로
시루떡처럼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습니
코로나 19로 꽁꽁 얼어붙은
우리 일상도 눈녹듯이
봄 향기속에
대지에짓푸름으로
활기찬 내일이 다가오길
기원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