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글

울아버지

마금봉 2021. 12. 15. 20:00

울아버지/산사랑

 

칠십 고희라 했던가요
지금도
아버지란 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버지에 아들로 서성이고 있습니다

아버지란 자리 앉아있나 했는데
살아온 삶이 아버지 등에 업혀있었습니다
자식 앞에 묻혀 빛을 잃은 삶보다

자식 가슴 깊이
한알에 밀알을 뿌리며
옥토로 가꾸는
삶 이 바로 아버지이셨나요

서녘 하늘 지는 해에
아버지 밭갈이 쟁기 등짐이
어쩜 오늘에나 인지도 모릅니다

녹슨 호미가 아닌
갈 챙이 호미가 될지언정 반짝이는
아버지의 삶 이
이제 사한 알에 밀알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아득해진 생전에 당신이
이제 점점 내 곁에서 희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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